열흘 전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봉구산자락 옛길 오르막에 오르자 부푼 바다가 보였습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의 대기는 희부염했습니다. 바다건너 석모도가 흐릿했습니다. 뒷집은 봉구산 등산로 초입 밭을 내놓았습니다. 대처 사는 외아들의 아파트 입주로 목돈이 필요했습니다. 서울 사람이 땅을 샀습니다. 뒷집 부부는 농사를 계속 지었습니다. 비닐피복을 씌운 두둑에 옥수수가 심겼습니다. 맨 땅은 참깨 모를 낼 예정입니다. 그때 밭 가운데 서로 노려보는 짐승이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분명 검돌이였습니다. 구박덩어리 검돌이도 새끼를 뱄습니다. 노순이와 새끼들을 끔찍이 아끼는 뒷집 형수지만 검돌이는 눈 밖에 났습니다. 형수가 거름으로 던진 수박껍질에 녀석은 불쌍하게 코를 박고 있었습니다. 까마귀도 허기가 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