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파랑새를 찾기란 난감한 노릇이었다. 낯선 곳에서 시간을 판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터미널 맞은 건물 2층의 커피숖으로 발길을 돌렸다. 넓은 홀 테이블은 생기발랄한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젖 비린내도 가시지 않았을 여자애들이 하나같이 담배를 꼬나물었고 실내는 캐롤송이 난무했다. 어제와 오늘 무겁고 탁한 분위기로 나의 어투는 어눌했고 생각은 갈피를 못 잡았다. 여기는 별천지인가. 나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긴 사람처럼 원두커피를 냉수마시 듯하고 길거리로 나왔다. 그동안 가슴 한구석에 뭉쳐있던 반감이 치솟았다. 행로를 잡지 못하고 터미널 대합실로 들어섰을 때 그 무겁고 답답한 느낌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불현듯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이 스크린에 떠 올랐다. 난장이가 웃옷을 벗어던진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