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탕 2

살얼음 이는 바다

위 이미지는 앞서 포스팅한 「푸른 여명」의 무인도 분지도가 마주보이는 대빈창 바위벼랑아래 제방이다. 예각으로 사석을 올려쌓은 제방아래 커다란 돌들을 길게 바닥에 잇대어 늘어놓았다. 만조시 하루에 두 번 제방을 때리는 바닷물의 힘을 분산시키는 방책이었다. 돌덩어리들은 제방을 때리는 파도에 휘둘려 시간이 갈수록 흐트러졌다. 오래전 태풍이 서해를 타고 올라왔을 때 나는 무시무시한 자연의 힘을 목격했다. 그날도 여지없이 새벽 산책을 나갔었다. 거센 폭풍을 등에 업은 집채만한 파도가 들이닥치자 제방은 힘없이 무너졌다. 그 시절 제방은 콘크리트 옹벽이었다. 덩치 큰 돌덩어리로 다시 제방을 쌓았다. 할멈 둘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 // 살얼음 갯바위 틈새 / 얼어죽은 한 마리 주꾸미 주우려 // 갯바위를 걸어서 / 굴..

구라탕 터놓는 날

할멈 둘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 살얼음 갯바위 틈새 / 얼어죽은 한 마리 주꾸미라도 주우려 갯바위를 걸어서 / 굴바구니 들고 갯티에 가는 생계 줍는 아침 서해의 섬들을 시의 영토에 편입시켜 가난하고 외로운 섬사람들의 삶을 노래한 시인 이세기의 「생계 줍는 아침」의 전문입니다. 여기서 ‘갯티’가 주문도 대빈창 해변의 ‘구라탕’입니다. 굴밭을 말합니다. 오늘은 구라탕을 터놓는 날입니다. 서도(西島)의 행정구역은 여섯 군데입니다. 주문도·볼음도 둘, 아차도·말도 한 곳. 행정구역별로 굴밭을 가꾸고 지키며 살아갑니다. 주문2리의 자연부락은 대빈창·느리·꽃동네로 이루어졌습니다. 주문2리의 공동 굴밭이 ‘구라탕’입니다. 주민들은 오늘부터 누구나 자유롭게 굴밭에 들어가 굴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구라탕은 볼음도와 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