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새 2

나그네는 파랑새를 보았는가 - 7

나는 전나무 숲길을 따라 피안에서 속계로 나왔다. 명징한 대기의 내소사 풍경은 투명한 유리상자 안의 진귀한 보물 같았다. 부석사, 대둔사가 불교적 장엄과 화려함을 자랑한다면 내소사는 찾는이에게 부담을 주지않는 정겨움이 숨어 있었다. 마음의 준비없이 고향의 부담없는 친구를 찾아가는 발걸음으로 내소사를 들러볼 일이다. 설화적 파랑새와 현실적 파랑새 그리고 역사적 파랑새를 찾아가는 것이 이번 답사의 여정이었다. 내소사 일주문앞 공터의 부안행 시내버스가 발차를 알리는 경적소리를 울렸다. 내소사로 들어올 때 우려했던 바와 달리 곰소나 부안으로 빠지는 시내버스가 수시로 있었다. 한겨울의 찬 대기속의 풍경은 투명했다. 내소사는 능가산의 품 안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았다. 서녁으로 기울기 시작한 햇살이 차창으로 금빛새처..

나그네는 파랑새를 보았는가 - 6

보종각의 보물 제277호로 지정된 고려동종이 답사객의 시선을 끌었다. 종신에 삼존상이 양각되었고, 한국종 특유의 용뉴와 음통이 있는 이 종은 원래 청림사 종으로 주조되었으나 폐사된 후 조선 철종때 내소사로 옮겨졌다. 내소사에는 보물 제278호로 지정된 법화경 절본사본 7권이 전해졌는데, 지금은 전주시립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이 사본은 조선태종때 이씨부인이 남편 유근의 죽음을 애도하며 일자일배(一字一拜)의 정성으로 공양했다. 정성에 감동한 죽은 남편이 법화경 사경이 끝나자 이씨부인의 머리를 만졌다는 전설이 전했다. 시인 고은은 내소사를 찾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 그런 아내가 이땅에 있었다는 실감이 갑작스러운 반감으로 깊어져서 오늘의 서울 부녀자들의 방자한 일락을 떠올린다. 방금 쓴듯한 청첩한 묵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