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이 엊그제였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한주일전에 산책에 나섰다가 잡은 컷입니다. 거짓말처럼 기러기 한 가족 일곱 마리가 대빈창 다랑구지 들녘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루저loser 가족처럼 보였습니다. 도대체 녀석들은 제 갈 길을 못가고 여적 서해의 작은 외딴 섬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논을 쓸리기 위해 지하수를 퍼 올리는 논배미에서 녀석들은 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내가 지나치기를 기다리며 숨을 멈추었던 놈들은, 주머니에서 손전화를 꺼내들자 덩치 큰 놈이 먼저 날개짓을 했습니다. 위험하니 피하라!는 신호 같았습니다. 일가족이 허공에 떠올랐습니다. 기러기들은 정확히 주문도의 벼베기 때를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 늦가을 여섯 마리가 먼저 눈에 뜨이더니, 벼베기를 마친 필지마다 기러기떼가 새까맣게 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