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김남주 평전 지은이 : 김삼웅 펴낸곳 : 꽃자리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 나는 자식 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로 하지? /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 /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 보았다 / 저만큼 고추밭에서 /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 보고 있었다 //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시인의 마지막 시 「추석 무렵」(19 - 20쪽)의 전문이다. 김남주(1946 - 1994) 시인이 저 세상으로 떠난 지 25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들 토일이가 어느새 이립(而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