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헌법의 풍경 지은이 : 김두식 펴낸곳 : 교양인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노트하는데 질문하는 학생이 어디 있는가. 그래 뭔가.” 흑판 빼곡히 써내려가던 교수가 등을 돌렸다. 예의 없는 학생이지만, 품 넓은 아량으로 들어준다는 권위가 얼굴에 배어났다. “학생들이 물고문으로 죽고, 최루탄에 맞아 죽는 시국에 고답적인 헌법 필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상위법을 규정하는 무소불위의 국가보안법의 위법성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까.” “자네. 무슨 과야, 학번과 이름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오는 교수가 윽박질렀다. “저는 어용 강의를 들을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습니다.” 강의실 앞좌석에 앉았던 후배들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길쭉한 종합강의실 중간 좌석은 텅 비었다. 학생은 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