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2

잔잔한 웃음

책이름 : 잔잔한 웃음지은이 : 김준영펴낸곳 : 학고재 〈학고재 산문선 14〉 『잔잔한 웃음』은 고전학자 김준영(金俊榮, 1920-2015)의 산문집이었다. 지은이가 어딘가 낯이 익었다. 책장을 둘러보았다. 『입에 익은 우리 익은말』(학고재, 2006)의 저자였다. 여기서 익은말(熟語)은 속담으로 속담사전이었다. 부제가 ‘어느 쾌락주의자의 고전 이야기’로, 책의 구성은 5장에 나누어 58편의 글을 담았다.1장 ‘옛 세상 이제 세상’의 9편에서 뇌리에 오래 남은 이야기는 첫꼭지 「이과부 이야기」에 나왔다. 광산이씨光山李氏 이발李潑 자손들은 연일정씨延日鄭氏와 통혼하지 않았다. 도마에 놓고 잘게 써는 것은 사투리로 ‘송강송강’ 썬다고 한다. 여기서 송강은 ‘정송강鄭松江’을 가리켰다. 서인의 영수 정철鄭澈은 좌..

입에 익은 우리 익은말

책이름 : 입에 익은 우리 익은말 지은이 : 김준영 펴낸곳 : 학고재 80년대 초만 해도 당구장은 언제나 껄렁패들로 득시글거렸다. 담배 필터를 질겅질겅 씹으며 큐를 휘두르는 것이 무슨 대단한 짖거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긴 군홧발 정권이 무지막지한 파쇼를 펄치던 시절이니, 젊은 혈기를 풀 수 없었던 일군의 청년들의 도피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는 사회적 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겉멋에 찌든 불쌍한 청춘가나 읊조리던 한때였다. 어느날 지방 소도시의 2층에 자리잡은 허름한 당구장에 들어서면서 낯선 느낌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이내 나는 당구의 스릴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며칠 당구장을 드나들다 왠지 어색한 그 느낌의 감을 잡고야 말았다. 그것은 상호를 한자로 멋지게 휘갈겨 쓴 간판에서 풍겨 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