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살아남은 자의 슬픔 지은이 : 베르톨트 브레히트 옮긴이 : 김광규 펴낸곳 : 한마당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표제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117쪽)의 전문이다. 분명히 이 시였을 것이다. 30여 년 저쪽의 세월. 낭만적 객기로 탄광과 노가다로 젊음을 소비하다 할 일 없이 복학한 80년대 중반 그 해 봄. 명색만 하숙생이었지, 한 달째 얼굴 한 번 볼 수 없었던 하숙집 할머니가 나를 찾아 나섰다. 나는 그때 등교는커녕 술독에 빠져 뻔뻔스럽게 자취하는 후배에게 빌붙어 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