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 가시덤불 속에 찔레 열매가 빨갛게 익어 있다 잡풀 우거진 가시덤불 속에 맺혀 있어서일까? 빛깔은 더 붉고 핏방울 돋듯 선명해 보인다 겨울 아침, 허공의 가지 끝에 매달린 까치밥처럼 눈에 선연해 눈이라도 내리면, 그 빛깔은 더욱 고혹적일 것이다 날카로운 가시들이 담장의 철조망처럼 얽혀 있는 찔레 덤불 속 손가락 하나 파고들 틈이 없을 것 같은 가시들 속에서 추위에 젖은 손들이 얹히는 대합실의 무쇠난로처럼 익고 있는 것은 아마, 날개를 가진 새들을 위한 단장일 터 마치磨齒의 입이 아닌, 부드러운 혀의 부리를 가진 새들을 기다리는 화장일 터 공중을 나는, 그 새들의 눈에 가장 잘 띄일 수 있도록 열매의 채색彩色을 운영해왔을 열매 영실營實이라는 이름의 열매 새의 날개가 유목의 천막인 열매 새의 깃털 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