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해 놀라 움츠러드는 느낌을 ‘섬칫하다’라고 합니다. 섬칫한 만남은 스무날 전에 있었습니다. 절기는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를 막 지나, 서리가 내려 겨울잠 자는 벌레는 모두 땅속으로 숨는다는 상강(霜降)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한글날로 시작되는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 오후였습니다. 늦봄에 캐 두었던 수선화 구근을 화계(花階)에 심었습니다. 호미로 굳은 땅을 헤집느라 맨발의 슬리퍼에 튄 흙을 씻으러 뒤울안 수돗가로 향하다가 녀석을 만났습니다. 어머니가 반찬거리 채소를 다듬거나, 손빨래를 할 때 앉는 깔방석에 1/3쯤 몸이 가렸습니다. 놈은 바닥에 고인 물에 삼각형 머리를 곧추세워 물을 들이켜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요즘 시기가 독사의 독이 절정으로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