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서 유선여관에도 변화가 있었다. 집의 구조와 방문 위 처마밑 작은 나무판자에 각각의 방이름을 매단 운치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한옥의 온돌방에 전기판넬을 깔고 모노륨을 덮었다. 필요 없어진 아궁이가 멍하니 입을 벌려 애처로웠으나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옛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대견스러웠다. 나는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를 열어 놓은채 장판에 배를 깔고 메모노트를 긁적였다. 피워놓은 전자모기향의 향내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안뜰에는 정원수가 몇 그루 심겨졌다. 하지만 □ 집구조의 우리 선조들은 애써 피한 조경이다. 그것은 困의 형상이 되기 때문이다. 큼직막한 나무대문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 누렁이의 집 - 방앞 튓마루에 앉아 저녁으로 백반 밥상을 받는데 노랑이가 산에서 내려왔다. 나는 반가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