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전야. 시나브로 어둠이 장막을 내렸습니다. 서해 외딴 섬의 작은 교회는 산허리에서 느리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산의 경사를 밀어 앉은 교회는 높은 축대위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파르테논 신전처럼. 성탄 전야의 저녁을 함께 하자고 장로님이 말을 건넸습니다. 연례행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돼지를 잡아 순대국을 끓였습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한 끼를 나눕니다. 옆집 형수가 어머니를 위해 주발에 김이 설설 나는 순대국을 가득 담아왔습니다. 어머니와 단출한 성탄 전야 저녁을 했습니다. 여느 해와 다름없이 소박한 트리가 교회 마당을 장식했습니다. 제가 섬에 정착한 이후로 변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깜박이 전구가 2층 종루에서 사택, 식당 건물로 길게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