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도의 큰 마을인 진말에서 연례행사인 대보름맞이 척사대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찬조금을 들고 윷놀이가 열리는 마을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떠들석한 흥청거림은 고사하고 쓸쓸하다 못해 허허롭기까지 하였습니다. 노인회장님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병막걸리와 종이컵, 안주는 돼지고기 수육입니다. 행사의 주최자인 마을 청·장년회 회장님과 총무님은 이른 해장술로 벌써 얼굴이 화로를 뒤집어 쓴 것처럼 활활 타올랐습니다. 물에 적신 가마떼기 대신 길게 늘인 보온덮개가 윷판입니다. 남정네보다 아줌마들이 더욱 눈에 뜨입니다. 동네 유일의 구멍가게인 '신성상회'의 간판이 햇빛에 바랜 것처럼 농촌공동체가 자랑하던 마을잔치의 왁자지껄함이 사라졌습니다. 애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이 사라진 이후의, 오늘날 이 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