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이 온다는 대설 아침입니다. 하지만 올 겨울은 눈이 귀합니다. 흔적만 보인 첫눈이 온지가 꽤 오래입니다. 눈다운 눈은 아직 구경도 못 했습니다. 늦은 해는 이제야 봉구지산 정상을 넘어와 느리 마을을 비춥니다. 저희 집이 봉구지산 등산로 초입이라 마을 정경이 렌즈 안에 다 들어왔습니다. 저 멀리 섬의 큰 마을인 진말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산자락에 걸려 있습니다. 고갯길이 끝나는 허공은 바다입니다. 1년이 채 안된 진순이(진돗개 트기)가 신기한 지 카메라를 들고 나온 저에게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앞산 솔숲에서 공포에 찌든 어느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옵니다. 저는 올무에 걸린 고라니인 줄 알았습니다. 그때 앞집 형님이 산을 거슬러 올라 닭장으로 향합니다. 매입니다. 닭장 위 높은 가지위에 올라앉은 매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