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을사년乙巳年 정월대보름 새벽 5시였다. 부엌으로 나가 밥솥에 앉힐 쌀을 씻었다. 빈 내솥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어제 저녁 감나무집 형수가 오곡밥을 지어와 보온에 맞추어놓았다. 괜한 덧일을 했다. 심야전기보일러 순환모터가 또 말썽이다. 현관문을 열자 어두운 하늘을 빗겨 눈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정월대보름, 김포 한들고개 언덕집에 살 때, 어머니는 텃밭에서 짚단에 불을 붙여 달님에게 막내아들의 소원을 비셨다. 설날 때 먹다 남은 딱딱하게 굳은 가래떡을 짚불에 구워먹었다. 풍랑·강풍 특보로 설연휴 이틀동안 카페리호가 결항되었다. 설날 아침 객선이 출항했다. 작은형한테 전화를 넣으니, 치핵이 또 말썽이었다. 차린 음식만 저녁배로 보내고 작은 형은 인천집으로 돌아갔다. 어머니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