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누워 천장을 우두커니 바라보는데, 드르륵. 드르륵. 무엇을 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머니가 맷돌로 도토리 껍질을 부비는 소리입니다. 산책마다 호주머니에 한 움큼씩 주워 물 담긴 양동이에 던져 넣은 도토리가 한 말이나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슬라브 옥상에 그물을 펴고 도토리를 말렸습니다. 껍질을 벗긴 도토리 알맹이를 물에 불려 믹서로 갈아 함지박에 물을 붓고 앙금을 가라앉혔습니다. 전분을 한지에 얇게 펴 햇빛과 보일러 배관이 통과하는 마루의 따뜻한 곳에 말렸습니다. 도토리 녹말가루가 하얗게 부풀어 오릅니다. 찬바람이 이는 계절 도토리묵이 식탁에 오르겠지요. “니네 집에 가” 도토리 껍질을 벗기는 어머니를 찾아 재순이가 슬라브 옥상까지 올랐습니다. 머리를 부비며 귀찮게 들러붙자 어머니가 재순이를 떠밀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