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도마을을 향해 걸어 내려오는 나는 작열하는 햇살에 머리속이 허옇게 메말라 들어갔다. 잔등에 걸쳐진 배낭무게가 점점 힘겹게 조여드는데 때아닌 폭포수 물소리가 머리속을 파랗게 물들였다. 그 소리는 길아래 계곡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읫소에 고인 물이 천연보를 이룬 길쭉한 바위에 막힌 아랫소에 낙하하며 흰포말로 흩어졌다. 차시간이 충분하지라 나는 계곡에 내려섰다. 아랫소에서 소용돌이치며 거슬러 오르는 물살이 내려다보이는 널찍한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윗소로 흘러드는 물줄기의 하나가 땅콩모양의 구멍을 만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물줄기가 굽이치며 휘돌아드는 물결무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언젠가 한겨레신문사가 출간한 ‘자연사기행’을 눈동냥한 것중 강물이 깍아낸 신기한 조각작품이라는 부제를 단 가평천 돌개구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