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인간의 시간지은이 : 백무산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내 하루의 하늘이 손바닥만한 창살인데/쇠창살에 앉아 날개 쉬는 부리가 붉은 새여 새여/역광을 받은 네 날개짓이 눈부시구나/얼마를 싸워서 이긴 자유이기에/부리가 그토록 붉고 붉은가 ‘부리가 붉은 새(20 ~ 21쪽)’의 마지막 연이다. 3부에 나눠 실린 65편의 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끌었다. 표지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남궁산의 목판화가 새삼스럽다. 붉은 부리의 검은 새가 조롱 속의 횟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다. 17년 만에 시집을 다시 들추었다. 흰 표지와 책술은 완연하게 누렇다. 1996년의 늦여름. 나는 인천 십정동의 작은 형이 몸담고 있는 도금공장을 나와 뙤약볕이 지글거리는 아스팔트를 걸어 동암역에 닿았다. 작은 형은 여적 그 공장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