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따뜻한 사람들과의 대화 지은이 : 안재성 펴낸곳 : 푸른사상 “전공이 뭐죠” “국어국문학이예요” “그럼, 글을 좀 써 보시죠.” “저는 글에 재능이 없어요.” “농대를 다닌 나도 소설을 쓰는데 ·····.” 벌써 20년 저편의 세월입니다. 형과 저는 가리봉 오거리 고가 밑을 걷고 있었습니다. 진정추 사무실을 나와 버스정류장을 향하면서 나누던 짧은 대화였습니다. 그때 저는 다니던 문래동 마찌꼬바를 그만 둔 백수였습니다. 낮선 서울 거리에서 마땅히 할 일이 없던 제가 형은 안쓰러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본 형은 생각보다 키가 크지 않았습니다. 제가 품고 있었던 ‘노동문학의 거인’이라는 형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형을 글로 처음 만난 것은 1989년 전태일문학상 수상작인 장편소설『파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