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추 파종 2

계묘년癸卯年, 김장을 부치다.

지난 주말, 참으로 오랜만에 작은 형이 섬에 들어오셨다. 도금공장 공장장 시절, 어머니가 계신 섬을 자주 찾아 갯벌의 조개잡이, 가을철 망둥어 낚시를 즐겼다. 형은 천성이 부지런한 분이다. 노동유연화 정책은 형의 노동력을 악착같이 빠는 문어 흡반이었다. 공장은 파산되었고, 형은 실업자 신세로 몇 달을 버티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산업쓰레기(스티로폼)를 수거하는 일이다. 쉬는 날은 토요일뿐이었다.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느라 부족한 잠을 때우려 낮잠으로 소일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떨어지셨다. 실내에서 워커에 의지해 간신히 걸음을 옮기셨다. 정형회과에서 MRI를 찍었으나 뼈와 근육에 이상이 없었다. 진료과목을 신경과로 변경했다. 뇌 MRI를 찍자 굵은 혈관에 이상이 나타났고, 신경외..

텃밭을 부치다 2023.08.22

백로白露에서 추분秋分으로 가는 텃밭

절기는 백로에서 추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의 오랜 경험의 산물인 농사달력 절기는 거짓이 없습니다. 아침에 밖을 내다보면 이슬이 펑하게 내렸습니다. 말복이 지나 파종한 김장채소가 무성해졌습니다. 이미지의 오른 위 상단의 감나무가 열매를 처음 아주 많이 매달았습니다. 작은형이 지난겨울 진돌이의 배설물을 거름으로 잔뜩 주었습니다. 밭 경계 둔덕의 콩도 울울합니다. 첫 두둑은 무입니다. 작은형이 솎은 어린 무를 어머니께서 김치 담그시느라 그늘에 앉아 손질하고 계십니다. 둘째 두둑은 3등분하여 무, 순무, 돌산갓을 파종했습니다. 병원생활하면서 고들빼기, 갓 김치를 탐하는 나를 눈여겨보던 작은형이 종자를 구했습니다. 돌산갓이 의외로 잘 자랐습니다. 두둑 옆에 지주대가 세워진 작물은 땅콩입니다. 무 두둑을 침..

텃밭을 부치다 2017.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