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지은이 : 박준펴낸곳 : 문학과지성사늘어난 옷섶을 만지는 것으로 생각의 끝을 가두어도 좋았다 눈이 바람 위로 내리고 다시 그 눈 위로 옥양목 같은 빛이 기우는 연안의 광경을 보다 보면 인연보다는 우연으로 소란했던 당신과의 하늘을 그려보는 일도 그리 낯설지 않았다시집을 닫는 마지막 시 「세상 끝 등대 3」(94쪽)의 전문이다. 시 제목이 낯이 익었다. 앉은뱅이책상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다가갔다.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를 펼쳤다. 그렇다. 첫 시집의 마지막 두 번째 시는 「세상 끝 등대 1」로 당신과의 ‘연안(沿岸)’에서의 추억을 회상하고, 마지막 시 「세상 끝 등대 2」은 속옷 바람으로 방문을 연 젊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