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창밖에 눈은 내리는데 / 삶은 밤 속에 밤벌레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 죽은 태아처럼 슬프게 알몸을 구부리고 / 밤벌레는 아무 말이 없었다 // 그날부터 나는 삶은 밤은 먹지 않았다 / 누가 이 지구를 밤처럼 삶아 먹는다면 / 내가 한 마리 밤벌레처럼 죽을 것 같아서 / 등잔불을 올리고 밤에게 용서를 빌었다 글머리를 정호승의 「밤벌레」로 시작했습니다. 나의 나무로 점찍어둔 봉구산 초입 밤나무의 알밤이 저절로 떨어져 땅바닥에 뒹굴었습니다. 바구니 속 알밤마다 영락없이 몸이 통통하고 보유스름한 밤벌레가 기어 나옵니다. 꿀꿀이바구미의 애벌레라고 합니다. 성충은 쌀바구미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밤이 익기 전에 밤송이 안쪽에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이미지는 아차도 마을 뒷산의 밤 과원을 관통하는 숲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