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2

신혼 참새의 보금자리 - 2

『신혼 참새의 보금자리』를 올린 지 3년 2개월이 흘렀습니다. 수돗가 낙숫물 홈통을 감싼 덧처마 샌드위치 조립식 판넬의 스티로폼 알갱이를 파내고 보금자리를 꾸민 신혼 참새부부의 이야기였습니다. 참새가 새끼를 부화시켜 떠난 한여름 저는 시멘트벽돌로 벌어진 판넬 틈새를 막았습니다. 어머니의 성화도 계셨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덧처마 판넬이 배겨나지 못할 것이 뻔했습니다. 그 후 참새들은 판넬 속을 파내 집을 짓는 난공사를 포기하고 반영구적인 집터를 장만했습니다. 우리 집은 대빈창 해변을 향하는 고개 정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길을 따라 전봇대가 늘어섰습니다. 언덕을 따라 올라 온 전봇대 하나가 마당 입구에 서 있습니다. 키가 크고 몸통이 튼실한 신형 전봇대입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자리를 지키던 키작고 몸피도..

신혼 참새의 보금자리

참새가 알을 낳는 시기는 2월에서 7월까지이고 한 배 산란 수는 4 ~ 8개이다. 새끼는 알을 품은 지 12 ~ 14일이면 깨어나고 깨어난 지 13, 14일 만에 둥지를 떠난다. - '우리 새 백가지'에서 - “누구네 집 고치나 보다, 며칠 째 이게 날라 오네.” 날이 풀리자 바깥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시던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헹군 빨래가 담겨진 함지박에 하얀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잔뜩 떴습니다. 우리 집은 봉구산 자락에 바투 붙어 언덕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어르신네들께서 말씀하십니다. ‘집이 바람꼬지라고.’ 밤새 바람이 분 날 아침이면 밭가에 비닐봉지나 포대가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당연히 어머니는 수돗가 함지박에 떠다니는 흰 알갱이들이 어딘가에서 바람에 불려 왔을 것이라 생각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