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청춘의 독서

대빈창 2025. 4. 14. 07:00

 

책이름 : 청춘의 독서

지은이 : 유시민

펴낸곳 : 웅진지식하우스

 

1. 표도르 도스토옙스키(Fyoder Dostoevskii, 1821-1881)의 『죄와 벌』.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은 1860년대 제정帝政 러시아. 소설에서 작가가 던진 질문은 선한 폭력이 악한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저자의 생각은 아무리 선한 목적도 악한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소수의 비범한 사람들이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한다는 것을 보여 준 20세기 세계사.

2. 리영희(李泳禧, 1929-2010)의 『전환시대轉換時代의 논리論理』. 베트남 전쟁이 ‘월맹의 침략전쟁’이 아니라 프랑스와 미국이 일으킨 ‘제국주의 침략전쟁’임을 논증. 놀랍도록 맑은 영혼을 가진 지식인. 지식인으로서의 바른 삶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선생의 글은 막대한 감화력을 발휘, 여러 차례 투옥되는 시련을 겪으면서도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잃지 않았던 선각자.

3. 카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의 「공산당 선언」.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 선언문. 포악한 권력의 무자비한 압제와 넘어설 수 없는 절대빈곤의 장벽에 절망한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 「공산당 선언」. 억압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하는 것이,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종식하고 역사와 문명의 승리를 앞당기는 거룩한 행위가 된다는 신념.

4. 토머스 맬서스(Thomas Malthus, 1766-1834)의 『인구론』.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하층계급의 빈곤과 전쟁, 전염병의 창궐, 대기근 사태가 유사이래 인류와 함께 했으며 인간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자연법칙의 필연적인 결과임을 논증.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모든 형태의 이상주의 사상과 사회운동에 대한 유죄 선고 판결문.

5. 알렉산드르 푸시킨(Aleksandr Pushkin, 1799-1837)의 『대위의 딸』.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닌 역사·정치소설. 푸가초프의 반란, 참혹한 내전,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농노제도와 차르의 전제정치를 통렬하게 비판한 혁명적인 소설. 푸시킨은 서른여덟살의 젊은 나이로 죽기까지 농노제도가 실시되던 동토凍土 제정러시아에서 인간의 자유를 노래.

6. 맹자(孟子, BC 372-BC 289)의 『맹자孟子』.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덕으로 선정을 펴는 맹자의 왕도정치. 400여년 넘게 전쟁이 끊이지 않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나이 50에 세상에 나가 20년 동안 대륙을 주유하면서 ‘왕도王道정치’를 역설. 왕족도 다른 신하도 왕의 폭정을 바로 잡지 못할 경우, 누군가 백성의 마음을 얻어 무력으로 왕조를 교체해도 된다는 ‘맹자의 역성혁명론’.

7. 최인훈(崔仁勳, 1936-2018)의 『광장廣場』. 조국의 현실과 민족의 미래를 고민하는 지성인이라면 읽어야 할 소설. 일제가 정치·사상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들었던 특고特高가 경찰의 심장인 신생 대한민국 , 개인의 자발성과 신명을 말살해버리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었던 주인공 이명준. 우리 민족의 현대사를 압축한 역사소설, 동시에 전쟁의 포연 속에서 피어난 남녀의 사랑을 너무나도 간절하게 그려낸 아름다운 소설.

8. 사마천(司馬遷, BC 145-BC 86?)의 『사기史記』. 위대한 역사서인 동시에 방대한 분량의 전기문학傳記文學. 다섯가지 형식으로 서술, 제왕을 중심으로 거시 권력의 변화를 다룬 「본기本紀」로, 3000여 년에 걸친 중국 왕조의 역사를 편년체 형식으로 집대성. 하, 은, 주 3대를 다룬 연표에서 뛰어난 장군과 신하 연표 10편으로 이루어진 「표表」. 사회경제제도와 행정·문화를 다룬 분야별 사회사 「서書」. 중요한 제후국의 역사를 다룬 30편의 「세가世家」. 뛰어난 인물들은 다룬 70편의 「열전列傳」.

9.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m, 1918-2008)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가 수용소에서 보낸 삼천육백오십삼일동안 한 일은 생존을 위한 투쟁. 길지 않은 소설 한 편에 스탈린 시대 소련 사회의 모든 것이 축약. 소설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파괴하는 전체주의 독재의 끔찍한 폐해를 생생하게 폭로. 극도로 절제된 슬픔과 노여움의 미학美學.

10.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의 『종의 기원』. 1859년 출간된 책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말이 되는 설명을 제시한 최초의 책. 생존경쟁과 변이, 유전 그리고 자연선택의 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화의 원리를 밝혀 낸 다윈. 자연은 생존에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를 선택하며, 생존 개체의 변이가 보존·유전되고 확산되면서 생물의 진화가 일어나고 종다양성이 발생.

11.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 1857-1929)의 『유한계급론』. 호모 사피엔스의 문화양식과 사회 진화에 관한 보고서. 부는 생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의 지위에 머무르지 않고 그 자체가 목적. 유한계급에게는 가치가 가격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가격이 가치를 규정,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 목적은 최대한의 지출을 통해 부를 과시하는 것.

12.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의 『진보와 빈곤』. 근로대중이 빈곤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은 기술 진보의 경제적 혜택을 토지 소유자가 지대 형식으로 독점하기 때문. 토지소유권을 근거로 지주가 취득하는 지대를 공동체의 것으로 만들자는 조지의 사상은 ‘토지공개념’ 또는 ‘지공주의地公主義’. 자연이 또는 하느님이 준 토지를 특정한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사회적 범죄.

13. 하인리히 뵐(Heinrich Böll, 1917-1985)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착실하고 평범한 전문 가사관리인 스물일곱 살 블룸의 1974년 2월 20일부터 2월 24일까지 나흘 동안 일어난 일의 이야기. 〈차이퉁〉지 왜곡보도로 삶의 막다른 골목에 도착한 그녀는 기자를 권총으로 쏴 죽였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진보 성향의 지식인 뵐과 매일 400만부 이상을 발간하는 독일최대 일간신문, 극우 황색저널 〈빌트〉가 벌인 전쟁의 산물.

14. E. H. 카(Edward Hallet Carr, 1892-1982)의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시대의 역사는 현대사. 역사와 사회적 진보에 대한 믿음은 어떤 자동적인 또는 불가피한 진행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인간 능력의 계속적 발전에 대한 믿음. 지성知性의 고귀함과 논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책. 지은이가 50여 년을 살아오면서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 하나를 고르라면 집어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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