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검은 머리 짐승 사전

대빈창 2026. 1. 27. 07:30

 

 

책이름 : 검은 머리 짐승 사전

지은이 : 신이인

펴낸곳 : 민음사

 

표제에 끌려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한 시집이었다. 이내 나는 후회했다. 단순한 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습관처럼 시집을 빼어들었지만, 현대미술 작품을 마주한 것 같은 당혹감에 고개를 흔들었다. 시집의 출간년도를 기준으로 잡아야할까. 아니면 시인의 출생년도, 그도 아니면 시인의 등단년도. 아니다 미래파 이전의 서정시로 국한시키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시인 신이인(1994- )은 2021년 〈한국일보〉 신문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2023),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문학동네, 2025), 에세이집 『이듬해 봄』(난다, 2024)를 펴냈다. 시인 김소연은 추천사에서 “외계와 내계의 두 날개를 함께 다스리는 나방의 몸통과 같다. 우리를 갈라놓는 경계로서의 몸통. 신이인은 그 경계에 두 발을 딛고 분주하게 누빈다.”고 말했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최고의 반려동물’에 11편, 2부 ‘좋은 사람’에 12편, 3부 ‘검은 머리 짐승’에 13편, 4부 ‘가죽’에 14편 모두 50편을 담았다. 시편들은 반쪽의 「마음가짐」에서 여덟 쪽의 「훗날 그들이 웃으며 네게 손을 내밀었다」까지 다양했다. 첫 시「머리말」(13쪽)의 첫 문장은 ‘여기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과 나에 대한 거짓말 그리고 유려하게 쓰인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였다. 이 문장은 「끝」(202-204쪽)의 2연에서 반복되었다. 다만 첫 단어가 ‘거기에는’으로 바뀌었다. 「외로운 조지―자폐」(131-135쪽)의 마지막 쪽은 ‘갈라파고스 핀타섬 마지막 코끼리거북 숨져’ 신문기사였다.

문학평론가 전승민은 해설 「캠핑하는 동물들」에서 “인간을 동물의 한 종 種으로 감각할 때 열리는 미래에서 도착하는 시”(214쪽)라고 말했다. 시편에 많은 동물이 등장했다. 오리너구리, 고슴도치, 갈까마귀, 갈라파고스 육지거북, 도마뱀, 뱀장어…. 속담 ‘검은머리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다’라는 말은 사람의 배은망덕함을 경계하는 의미였다. 짐승은 은혜를 갚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었다. 나는 이 말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극악무도한 잔인함을 떠올렸고 시집을 펼쳤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머리말」(13쪽)의 전문이다.

 

여기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과 나에 대한 거짓말 그리고 유려하게 쓰인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읽는 것만으로 심장이 뛸 정도로. 나는 이 모든 것을 고급 종이에 적어 번화가의 상점에 내놓길 원했다. 아니, 아니야. 심경을 담은 자필 메모라는 부제로 뉴스에 언급되길 원했다. 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듯이 소개해 주고 싶었다. 이것을 읽어도 괜찮은 사람에게. // 오늘 난 소중히 끌어안고 있던 상자를 열어 안에 든 것을 아무 데나 막 뿌린다. 설탕인지 소금인지 아편인지 청산가리인지 누구 뼛가루였는지 이젠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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