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단 한 번의 삶

대빈창 2026. 9. 21. 07:00

 

책이름 : 단 한 번의 삶

지은이 : 김영하

펴낸곳 : 복복서가

 

『호출』(문학동네, 1997),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문학과지성사, 1999), 『오빠가 돌아왔다』(창비, 2004), 『포스트 잇』(현대문학, 2002).

 

소설가 김영하(金英夏, 1968- )의 소설집과 첫 산문집을, 20여년 전에 잡았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다녀온 모든 여행을 담은 산문집 『여행의 이유』(문학동네, 2019), 시칠리아의 인문학적 여정을 그린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개정증보판/복복서가, 2020)을 만났다. 『단 한 번의 삶』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펴낸 신작 산문집이었다.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연재했던 글들을 다듬어 묶었다.

프롤로그 「일회용 인생」에서 소설가는 말했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 그처럼 귀중한 것이 단 하나만 주어진다는 사실에서 오는 불쾌는 쉽게 처리하하기 어렵다.” 열네편의 이야기는 진솔한 가족사와 직접 경험한 인생의 순간을 아우르는 깊은 사유를 담았다.

첫 글 「엄마의 비밀」은 중증 알츠하이머를 앓던 엄마가 폐렴이 악화되어 돌아가셨다. 빈소에서 엄마의 오랜 친구들이 들려준, 엄마가 생전 숨겨온 비밀이 밝혀졌다. 이십대의 엄마는 여군으로 용산 삼각지의 육군본부 타자수였다. 도시여자였던 엄마는 주말이면 세련된 양장을 차려입고 명동을 활보했다.

대학 신입생 성당 청년 성가대원 시절, 가장 인상적인 생일로 남아있는 성가대원들이 깜짝 생일축하 이벤트로 초가 꽂힌 작은 케이크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던 기억. 엄마는 사회성이 부족한 아버지의 재취업을, ‘야로’에 희망을 걸었다. 어린 소설가의 악필에 아버지는 하루에 우물 정井 자를 천 개씩 쓰라고 시켰다. 가난했던 아버지는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농사를 도왔다. 가출해서 여군들에게 밥해주는 곳에서 일하며 상고 야간 과정을 다녔다. 영웅 테세우스의 배는 끝없는 보수로 처음 만들었던 배와 단 한 조각도 같지 않았다. 아쉬움이 많았던 캐나다 밴쿠버 일년 생활에서, 화재경보가 울릴 때마다 대피훈련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커피 생두를 로스팅할 때 마다 경보기가 울렸던 것이다. 고통이 닥치지도 않았는데 앞질러 두려워하는 , 아니 혐오하는 증상은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모임을 떠난 사람들이 불행하기를 내심 바라는지도 모른다. 자기는 어떻게든 버티며 남아 있는데 떠난 사람들이 행복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대체로 젊을 때는 확실한 게 거의 없어서 힘들고, 늙어서는 확실한 것 밖에 없어서 괴롭다. 확실한 게 거의 없는데도 젊은이는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잘 모르는 채로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만 한다. 남들 눈에 띄지 않은 채 조용히 실속을 챙기는, 최선을 다해 2등을 하는 고수가 최고. 세속적 성공과 도덕적 판단이 함께 올 수 있으며 사랑과 꿈과 엇갈릴 수 있다. 인간이 범죄자가 되지 않고 선량하게 살 수 있는 것은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지막 글  「어떤 위안     태어나지 않았을 때 나는 내가 태어나지 않은 것을 몰랐기에 전혀 애통하지 않았다. 죽음 이후에도 내가 죽었음을 모를 것이고, 저 우주의 다른 시공간 어디엔가는 내가 존재했는지도 모르는 내가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내 삶이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를 무한한 삶들 중 하나일 뿐이다.

에필로그 「후기와 감사 그리고 ‘인생사용법’」은 많은 이들이 이 ‘단 한 번의 삶’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적기로 했다. 눈밝은 이들은 그 안에서 무엇이든 찾아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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