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산해기山海記

대빈창 2026. 9. 22. 07:00

 

책이름 : 산해기山海記

지은이 : 박상륭

펴낸곳 : 문학동네

 

소설집 『아겔다마』(문학과지성사, 1997) / 소설집 『열명길』(문학과지성사, 1986) / 장편소설 두 권 『죽음의 한 연구』(문학과지성사, 1986) / 장편소설 네 권 『七祖語論』(문학과지성사, 1990-1994) / 산문집 『산해기山海記』(문학동네, 1999) / 소설집 『평심平心 』(문학동네, 1999) / 소설집 『잠의 열매를 매단 나무는 뿌리로 꿈을 꾼다』(문학동네, 2002) / 장편소설 『神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문학동네, 2003) / 연작소설 『小說法』(현대문학, 2005) / 장편소설 『雜說品』(문학과지성사, 2008) / 박상륭 문학의 관점과 접근 사례들을 엮은 『박상륭 깊이 읽기』(문학과지성사, 2001)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소설가 박상륭((朴常隆, 1940-2017) 선생의 책들이다. 문학평론가 고故 김현(金炫, 1942-1990)은 말했다. “이광수의 『무정』이후 가장 잘 쓰인 작품”이라고. 읍내 유일 책방 《청운서림》에서 두 권짜리 『죽음의 한 연구』를 손에 넣었다. ‘기독교·불교·연금술·설화 등의 우주관을 공통된 구조로 보면서 죽음을 통해 불멸적인 인신의 궁극을 완성하는 고행의 과정을 서사적으로 구현’한 장편소설.

나는 ‘박상륭 교도敎徒’ 였을까. 어림없는 소리였다. 단언컨대 허세에 가까웠다. 현실과 신화적 상상력이 복잡하게 뒤얽힌 난해의 극점을 이해하기에 나의 앎은 턱없이 부족했다. 선생의 책을 펼칠 때마다 머리칼을 쥐어뜯는 고행의 연속이었지만, 무조건 책을 펼쳤다. 난해의 궁극은 17년에 걸쳐 완성된 네 권짜리 『칠조어론七祖語論』이었다.

선생은 스물세살의 약관,  1963년 『사상계思想界』에 단편 「아겔다마」가 입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1969년 간호사 부인의 취업이민을 따라 캐나다 밴쿠버로 이주했다. 29년 만에 영구 귀국했다. 99년 소설집 『평심平心』과 산문집 『산해기山海記』를 내놓으면 국내 활동을 재개했다. 먼지가 쌓인 열세권의 책에서 그래도 책등에 ‘산문집’이라는 표찰을 단 『산해기』가 그중 무난할 것 같았다. 착각이었다. 나에게 선생의 난해함은 소설이나 산문이나 거기가 거기였다.

시인·문학평론가 차창룡의 발문 「현실에 비판적이고 신화적인 재구성」부터 읽었다. 6개의 챕터로 구성된 산문집은 표제글이 가장 분량이 많았다. 『산해기』는 우리 시대에 탄생한 신은 물질주의로, 그 신을 섬기는 종교가 자본주의라는 것을 분석한 우리 시대의 신화였다. 선생의 산문은 일반적인 신변잡기가 아니었다. 현실에 대한 신화적인 재구성으로 우리의 삶과 문화에 대한 날카롭고도 풍자적인 비평이었다. 선생을 말했다. “나는 평생 한 편의 소설을 쓰고 있다. 『죽음의 한 연구』까지가 죽음 자체에 대한 연구였다면, 『칠조어론』 이후의 작품은 죽음을 극복하고 해탈하는 과정을 탐구”한 것이다. 선생의 4주기를 맞아 《국수출판사》에서 전집을 발행했다.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나는 선생이 펴낸 책 전부를 소장하고 있었다. 「세 바르도에 처한 세 유형의 몸」(131쪽)의 마지막 문장이다.

 

(사람의) ‘육신’이라는 집은, / ‘죽음’이라는 텃밭에다, / ‘희망’이라는 주춧돌을 놓고, / ‘노쇠’라는 기둥과 대들보에, / ‘병’이라는 벽을 하고, / 지붕은, / 근심·걱정·불안·원한·슬픔 등등, / 천만 가지 잡초로 / 이엉을 얹고 있는데 / ‘욕망’이라는 익명을 가진 / 입이 붉은 ‘시꺼먼 개’가 / 쳐들어 으르릉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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