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 삼보12호는 아차도, 볼음도를 거쳐 서도 군도를 빠져 나와 석모도와 화도 장곶 사이 좁은 해협을 가로질러 강화도에 닿았다. 예전 삼보해운 배들의 정박지는 외포항이었다. 교동도와 석모도에 다리가 놓였고 항구에 모래가 쌓이면서 외포항은 선창의 기능을 잃었다. 주문도에서 석모도 어류정항까지 1시간이 걸렸다. 이쯤이면 몸이 굼실굼실한 승선객들은 객실에서 일어서 바깥풍경을 보기 마련이었다. 객실창을 통해 마주보이는 강화도 포구가 건평항乾坪港이었다.어머니를 모시고 병원 가는 길이었다. 걸음걸이가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나는 2층 객실에 올라가지 않고 내내 차안에 있었다. 마주보이는 건평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머니는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건평이구나! 하셨다. 당신은 그 시절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외삼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