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게 자랐겠는 걸.” 어머니가 큰 호박을 움켜잡는 손짓을 하셨습니다. 저녁산책이었습니다. 무려 5개월 만에 녀석을 다시 만났습니다. 4월 중순 대빈창 제방길이 바위벼랑에 막힌 외진 곳. 어머니는 녀석이 발붐발붐 집을 나왔다가 길을 잃어 돌아가지 못했다고 쯧쯧 혀를 차셨습니다. 대빈창 제방길을 가파른 산비탈이 바투 따라가다 바위벼랑이 한굽이 바다를 막아섭니다. 제방과 이어지는 산자락은 온통 아카시나무가 뒤덮었습니다. 아카시와 참나무, 칡과 머루, 키 작은 관목과 사람 키를 웃자란 들풀로 신록이 울창한 산속으로 녀석이 몸을 숨겼습니다. 안경을 쓴 것처럼 눈가에만 둥그렇게 검은 무늬가 박힌 흰 토끼는 덩치가 그대로였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녀석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토진아!” 하지만 녀석은 들은체만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