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가마우지가 등대에 앉았다

대빈창 2011. 10. 12. 01:17

 

 

 

 

가마우지는 사다새목(目) 가마우지과(科)에 속하는 26 ~ 30여종(種)의 물새류를 말합니다. 가마우지 14마리가 등대 위에 날개짓을 접었습니다. 서해안에 사는 가마우지는 75 ~ 85㎝로 제법 덩치가 큰 축에 듭니다. 가마우지 하면 우선 낚시가 연상 됩니다. 가마우지 목 아래에 실을 묶어, 물속에서 물고기 사냥에 성공한 가마우지가 삼키지 못하게 하고 토하게 해서 잡는 어업법입니다. 중국 계림(桂林)의 절경과 어우러진 가마우지를 이용한 낚시법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본 기후 지방에도 가마우지를 이용한 은어 낚시법이 현재에 전해지지만 관광 상품으로 더욱 알려져 있습니다. 극동 3국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가마우지를 이용한 낚시법을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학자에 따라서 이 땅에서 선사시대부터 가마우지 낚시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증거로 울산 태화강의 반구대 암각화를 듭니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기를 부리에 물고 날개를 편 새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새를 가마우지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서도 군도(群島)의 바닷길은 매우 험합니다. 경력이 풍부한 노련한 선장만이 조타수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물속에 숨어있는 여가 많습니다. 그래서 서도의 등대는 여 위에 세워집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먼 바다의 큰 배들에게 뱃길을 알려주는 등대와 생김새가 다릅니다. 만조에 다가서는 밀물의 흐름은 울돌목 못지 않습니다. 그 사나운 물살을 내려다보며 가마우지가 먹이감을 노립니다. 위 사진의 등대는 볼음도와 아차도 해협을 빠져나오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등대가 서 있는 덩치가 큰 여는 군도 내에서 가장 물살이 거센 곳입니다. 주문도와 볼음도를 오갈 때마다 저는 등대위 가마우지에게 눈길을 주었습니다. 물이 썰면 1 ~ 2마리의 가마우지가 고작인데, 물이 가득 밀면 위 이미지처럼 숫자가 부쩍 늘어납니다. ‘아! 물이 밀어 여가 숨으니, 가마우지가 쉴 곳을 찾아 모여 들었구나.’ 저의 짧은 생각입니다. 디카의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저를 보며, 토배기 어른이 한마디 하십니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던 고기들이 물속의 여를 만나면 튀어 오를 수밖에 없잖아. 놈들은 바로 그 순간을 노리는 것이지.’

 

p. s 한국의 경제를 흔히 가마우지 경제라고 합니다. 수출품의 원자재를 거의 일본에서 수입하는 구조상의 문제점으로 수출로 얻은 이익이 대부분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이릅니다. IMF 이후 가마우지의 목에 실을 매는 놈들이 늘었습니다. 이 땅의 알짜 기업들을 인수한 초국적기업들입니다.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나는데도 오히려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