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굴 2

구라탕 터놓는 날

할멈 둘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 살얼음 갯바위 틈새 / 얼어죽은 한 마리 주꾸미라도 주우려 갯바위를 걸어서 / 굴바구니 들고 갯티에 가는 생계 줍는 아침 서해의 섬들을 시의 영토에 편입시켜 가난하고 외로운 섬사람들의 삶을 노래한 시인 이세기의 「생계 줍는 아침」의 전문입니다. 여기서 ‘갯티’가 주문도 대빈창 해변의 ‘구라탕’입니다. 굴밭을 말합니다. 오늘은 구라탕을 터놓는 날입니다. 서도(西島)의 행정구역은 여섯 군데입니다. 주문도·볼음도 둘, 아차도·말도 한 곳. 행정구역별로 굴밭을 가꾸고 지키며 살아갑니다. 주문2리의 자연부락은 대빈창·느리·꽃동네로 이루어졌습니다. 주문2리의 공동 굴밭이 ‘구라탕’입니다. 주민들은 오늘부터 누구나 자유롭게 굴밭에 들어가 굴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구라탕은 볼음도와 아차..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책이름 :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지은이 : 이문재 펴낸곳 : 호미 역설적인 제목의 이 산문집에는 표제에 얽힌 우여곡절이 숨어있다. 틈만 나면 온라인 서적에 들어가 신간서적을 검색하던 나의 눈길에 건방(?)진 제목의 산문집이 눈에 뜨였다. 전면이 붉은 바탕에 제목은 '이문재산문집', 출판사는 '호미'였다. 안 그런가. 소설집의 표제를 '○ ○ ○ 소설집' 이라거나, 시집의 표제를 '○ ○ ○ 시집'이라고 붙인 것과 매일반이었다. 소설집이나, 시집은 가장 대표 작품을 표제로 삼거나, 상징적인 구절을 따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은이는 김포 출신으로 시인이지 에세이스트가 아니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품절'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렇게 생명이 짧은 책도 있는가. 놓친 고기가 더 크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