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탑사를 벗어나 면천읍으로 향하자 기다렸다는 듯 빗줄기가 퍼부었다. 그는 우두망찰 차안에서 부지런을 떠는 윈도우부러쉬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정대로라면 공주의 라마교 양식의 오층석탑이 있는 마곡사와 그동안 답사에서 당간지주만 보아왔던 그에게 온전한 철당간을 보여줄 갑사로 향해야 했지만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가기가 여간 저어대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5년전 잔잔한 파문을 남겼던 해미읍성을 떠올리고 운산으로 나와 647번 도로를 탔다. 개심사로 향하는 진입로를 버리고 내처 그는 해미면소재지에 있는 사적 제116호인 해미읍성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어느새 먹구름 사이로 쪽빛 하늘이 얼굴을 내밀면서 빗줄기가 주춤했다. 그때 날카로운 스피커 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체육대회를 하는지 집단구호와 금속성 통제명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