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지은이 : 김사이 펴낸곳 : 창비 구로공단역을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바꾸더니 / 가리봉역을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바꿨다 / 구로, 공단, 가리봉 이 거리에 / 이십여년 내 삶의 흔적이 지워졌다 / 성장통이 담긴 내 청춘의 시들이 / 정처가 없이 헤맨다 (「탈 탈」, 1연) 가난이 쉰내 나도록 뭉쳐 버티는 벌집촌 / 골목 귀퉁이에 나란히 선 / 전봇대와 가로등 / 이른 밤 슈퍼도 문을 닫고 / 귀청을 뜯는 악다구니 소리도 없다 (「골목의 노래」, 1연) 시편을 읽으며 나의 기억은 25여년 저편을 떠올렸다. 그 시절, 나는 문래동 마찌꼬바 견습공이었다. 가리봉 오거리의 벌통방에서 누렇게 바랜 밥통의 아침밥을 우겨넣고 시내버스를 탔다. 그래 맞다. 한 달 봉급을 타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