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합니다. 푸근한 낮 기온으로 대기 중의 수분이 밤새 안개로 변해 섬을 포위합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점령군 안개로 여객선은 맥을 못 추고 아침·낮 배 모두 결항입니다. 화단의 상사화가 계절감각을 잊고 촉을 내밀었습니다. 기상학자들은 엘니뇨현상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인류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하지만 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겨울이 오히려 지내기 편하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토진이가 두 번째 겨울을 나는데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지난 연말 4개 월 여 만에 잠깐 뒷모습을 보인 토돌이는 여전히 행방불명입니다. 하지만 녀석이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제게 새해의 큰 축복처럼 여겨집니다. 수놈 집토끼인 토돌이는 몰라보게 덩치가 커졌습니다. 천방지축인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