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귀토야생기(歸兎野生記) - 6

대빈창 2016. 1. 11. 07:00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합니다. 푸근한 낮 기온으로 대기 중의 수분이 밤새 안개로 변해 섬을 포위합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점령군 안개로 여객선은 맥을 못 추고 아침·낮 배 모두 결항입니다. 화단의 상사화가 계절감각을 잊고 촉을 내밀었습니다. 기상학자들은 엘니뇨현상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인류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하지만 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겨울이 오히려 지내기 편하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토진이가 두 번째 겨울을 나는데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지난 연말 4개 월 여 만에 잠깐 뒷모습을 보인 토돌이는 여전히 행방불명입니다. 하지만 녀석이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제게 새해의 큰 축복처럼 여겨집니다. 수놈 집토끼인 토돌이는 몰라보게 덩치가 커졌습니다. 천방지축인 녀석은 분명 온 산을 헤매고 다닐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방 길섶에서 풀을 뜯던 어린 토돌이는 손을 내밀면 코를 큼! 큼! 거리며 다가섰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자 녀석은 사람 눈에 뜨이지 않는 산중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른 봄이 돌아오면 녀석은 제방 길섶의 여린 새싹을 찾아 다시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토끼 봤냐.”

“네, 하애서 멀리서도 보여요.”

“에유, 쪼그만한게 먹고 살겠다고.”

쉬는 날 햇살이 퍼지면서 느지막이 대빈창 해변 산책에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토끼의 안부부터 물으십니다. 덩치가 작은 토진이가 추운 계절을 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하는 안쓰러움이 담겼습니다. 제방쌓다 남은 사석더미 부근에서 토진이가 겨울 해바라기를 합니다. 아까시의 억센 가시가 토진이의 겨울나기 형극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작은 바램은 토진이가 하늘이 부여한 생을 온전히 자연에서 마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