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살아 숨쉬는 사파이어

대빈창 2015. 12. 7. 03:31

 

 

 

9월의 탄생석 사파이어는 진실, 정직, 성실을 상징합니다. 신성한 사파이어는 마음과 몸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사람들은 여겼습니다. 사파이어를 지니면 건강, 생명을 지켜주고 삶이 평화로워진다는 믿음도 갖게 되었습니다. 사파이어는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는 맑고 푸른색입니다. 흰 고양이 사파는 홍채가 청명한 가을 하늘색을 띠어 이름 지어졌습니다. 사파는 사무실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사파가 엉뚱하게 민원대 위 홍보물을 이부자리삼아 낮잠에 빠졌습니다. 오늘은 대설입니다. 올 겨울은 눈이 귀합니다. 잔뜩 찌푸린 낮게 가라앉은 하늘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찬비만 줄금 거렸습니다. 일상이 바쁜 사파의 네 발이 흰 눈빛에서 우중충한 겨울 낯빛을 닮아갑니다. 추운 계절. 사파가 즐겨 찾는 곳은 프린터 위 복사지가 출력되는 움푹 파인 부분입니다. 따듯한 온기를 찾아 오늘도 녀석은 칼라프린터 위에 웅크리고 앉아 연신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합니다. 사파는 어릴 때부터 사람 품 안에서 자랐습니다. 어른이 돼서도 녀석은 사람의 손길을 즐깁니다.

자객처럼 고양이의 발걸음은 소리가 없습니다. 모니터를 쳐다보는 눈길에 다리 사이로 흰빛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녀석이 의자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책상 위로 펄쩍 뛰어올랐습니다. 모니터에 - 아래한글 - ­이 펼쳐졌습니다. 사파가 자판위에 올라섰습니다. 커서가 좌에서 우로 이동하며 써내려가는 글씨는 알파벳입니다. 나는 사파가 건네는 메시지를 도통 해독할 수가 없습니다. 동료가 다가와 흰 나일론 끈을 허공에 돌렸습니다. 사파는 사람의 장난을 잘도 받아줍니다. 공중제비를 하며 나일론 끈을 붙잡으려 안달복달입니다. 사무실에 웃음꽃이 핍니다. 사파의 힐링 효과로 사무실은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사파에게 명예공무원 위촉장을 수여하여야겠습니다. 녀석의 출퇴근 시간은 칼 같습니다.

 

냐 ~ 옹. 냐 ~ 옹. 냐 ~ 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