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토끼는 왼쪽은 선창 절름발이, 오른쪽은 대빈창 해변 토진이입니다. 녀석들은 가뭄과 추위의 올 겨울을 기특하게 이겨냈습니다. 녀석들은 친구를 잃고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절름발이의 단짝 털북숭이는 지난 정월 목줄이 풀어진 개의 본능에 난데없이 주검을 당했습니다. 절름발이는 혼자되어 대빈창가는 길 모퉁이 집 뜰 안에서 놀다 발붐 발붐 집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선창 길 월파벽 앞 논 한 필지가 용케 남았습니다. 길 아래 논 두둑은 아스팔트와 잇대었습니다. 절름발이가 마른 풀더미에 몸을 숨기고 해바라기를 합니다. 먹을 것이 궁해진 녀석이 논바닥의 짚과 벼 그루터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토진이는 외로움에 익숙해졌습니다. 녀석이 사석더미 뒤 산비탈에서 해바라기를 합니다. 야생의 겨울을 두 번 난 만큼 녀석에 대한 걱정을 접었습니다. 작년 집토끼 토돌이와 토순이를 대빈창 해변에 풀어 놓았습니다. 토순이는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난여름 짧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수컷 토돌이는 분명 살아남았습니다. 천방지축인 녀석은 봉구산 산중생활을 영위하기로 작정한 것 같았습니다. 지난 정월 초 녀석은 잠깐 뒷모습을 보이고 숲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모든 풀과 나무가 녹색 옷으로 갈아입는 무르익은 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 토돌이는 길가의 여린 풀을 찾아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절름발이는 두 살, 토진이는 세 살이 되었습니다.
토끼지킴이 늑대는 겨울을 「겨울 감나무는 텃새들의 식량창고다」의 집에서 나고 있습니다. 감나무집과 모퉁이 집은 호형호제하는 사이입니다. 모퉁이집 주인이 겨울을 나기위해 대처로 나가며 늑대를 감나무집에 맡겼겠지요. 어쨌든 늑대에게 세 번째 집 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늑대와 나는 오솔길에서 하루 서너 번 마주칩니다. 녀석은 매번 꼬리를 바짝 치켜들고 앙칼지게 짖으며 따라 붙습니다. 절름발이가 해바라기를 하는 논 주인은 감나무집 입니다.
저는 문득 외로움이 스며들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헌 등산화를 꿰차고 대빈창 해변 산책에 나섭니다. 애완 토끼 토진이가 험난한 야생의 삶을 꿋꿋이 이겨내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상처라도 입으면 더욱 토진이가 보고 싶습니다.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녀석의 대견스러움이 제게 큰 위안을 줍니다.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의 한적한 해변은 살아있는 생태입니다. 그만큼 토진이의 삶은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역진화 도정을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녀석이 더욱 외로워 보입니다. 모퉁이집 주인이 섬을 찾으면 말을 건네야겠습니다.
“절름발이를 대빈창 해변에 풀어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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