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주문도에서 띄운 대한(大寒) 통신

대빈창 2016. 1. 25. 03:39

 

 

 

‘대한이 소한네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그만큼 소한 추위가 매섭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올 추위는 대한이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열흘째 매서운 동장군이 연일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지난 휴일 오후배로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뭍에 나갔습니다. 예약된 병원진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배표를 끊고 선창 매표소를 나서는데 난데없이 한 주검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뾰족한 입가에 선혈이 베인 선창토끼 털북숭이의 안타까운 죽음이었습니다. 토진이가 터 잡은 대빈창 해변 제방 끝 삼태기 지형에 매여 있던 4 마리의 개중 가장 큰개의 목줄이 풀렸습니다. 녀석은 해변 솔밭에서 야영을 한 등산객을 쫒아 선창까지 길을 나섰다가 모퉁이집 토끼들을 발견하고 야성을 드러냈습니다. 로드킬에서 목숨을 건진 절름발이는 재빨리 위기를 모면했으나 오히려 몸이 성한 털북숭이가 일을 당했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바다가 분노의 이빨을 드러냈습니다. 작은 섬들을 잡아먹을 듯 풍랑이 거셉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어머니는 진통제를 투여하고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었습니다. 수술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차도가 없습니다. 몸은 아픈데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너무 욕심이 앞서는 것은 아닌지 이 정도나마 다행인 것은 아닌지. 어머니는 팔순이 넘으셨습니다. 거센 풍랑으로 섬에 들어가는 발이 묶였습니다. 암수술과 항암치료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딸네 집에 어머니는 삼일을 머물렀습니다. 마음이 아프신 어머니는 섬에 들어오자 몸져누웠습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바다에 살얼음이 떠다니고, 갯벌의 성에가 허옇게 얼어붙습니다. 섬사람들은 ‘죽쎄기’라 합니다.『얼음 나다 또는 뜨다』의 4년 전 얼어붙은 바다가 떠오릅니다. 그해 겨울 한 달 동안 이어진 한파로 한강이 얼어붙었습니다. 날이 풀리면서 한강의 얼음장들이 강화 바다로 떠내려 왔습니다. 올 대한 추위가 보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표범 꼬리의 길냥이는 어느날 산책길에서 뜬금없이 정강이에 몸을 부비며 아양을 떨더니 영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토진이는 날이 차지자 며칠째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단짝 털북숭이를 잃은 절름발이가 외롭게 흙바닥에 배를 깔고 겨울 해바라기를 합니다. 고집 센 진돌이는 텃밭과 집터의 경사면에 쌓아둔 솔가리 밑 움푹 들어간 흙바닥에서 밤을 지새웁니다. 녀석은 뱃길 2시간, 찻길 2시간을 골판지 상자에 담겨 섬에 도착하였습니다. 진돌이는 폐쇄공포증 트라우마에 시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녀석은 영하 20℃ 오늘 밤에도 흙바닥에 배를 깔고 밤을 지새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