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텃밭 3

겨울 텃밭의 배추

절기는 이 시기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冬至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김장채소로 무와 알타리를 파종했습니다. 배추 포트묘와 쪽파 종구를 이식했습니다. 입동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 김장을 담갔습니다. 벌써 한 달 열흘이 흘러갔습니다. 뜬금없이 겨울 텃밭의 배추 포기가 푸른빛이 청청합니다.그만큼 올 겨울은 온화했습니다. 영하의 날씨는커녕 진눈깨비 몇 송이 날린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부직포를 씌운 세 두둑은 월동작물입니다. 붙은 두 두둑은 마늘이고, 외떨어진 두둑은 양파입니다. 배추 표트묘는 72공 짜리 1.5판을 이식했습니다. 검정비닐로 멀칭한 밭에 90여 포기를 심고, 노지에 30여 포기를 심었습니다. 어머니가 김장 때 말하셨습니다. “땅에 심긴 배추는 그냥 놔둬..

텃밭을 부치다 2023.12.18

무술년戊戌年 설날의 텃밭

「겨울 감나무는 텃새들의 식량창고다」에 등장하는 섬에서 가장 나이 많은 감나무 옆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교회 종지기인 할머니가 일요일 오전예배를 보실 때 조용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보리 문둥이’인 경상도 사내답게 말이 없으시고 고집이 세셨습니다. 금요일 저녁 심방도 할아버지가 집에 계시면 모임을 할 수 없습니다. 요행히 할아버지가 뭍으로 출타하셨을 때 할머니는 교인들을 초대할 수 있습니다. 송곳 꽂을 땅 한 평 없는 가난한 두 노인데. 할머니는 관사 부엌데기와 겨울 한철 굴쪼기로 할아버지는 망둥어 낚시로 가욋돈을 만지셨습니다. 삼우제를 지낸 가장 추웠던 날 자꾸 뿌리치시는 할머니 손에 억지로 부의금을 전해 드렸습니다. 몇 십 년만의 최강한파로 바다에 얼음이 났습니다. 한강에..

텃밭을 부치다 2018.02.12

신묘년辛卯年 대설大雪의 텃밭

큰 눈이 온다는 대설 아침입니다. 하지만 올 겨울은 눈이 귀합니다. 흔적만 보인 첫눈이 온지가 꽤 오래입니다. 눈다운 눈은 아직 구경도 못 했습니다. 늦은 해는 이제야 봉구지산 정상을 넘어와 느리 마을을 비춥니다. 저희 집이 봉구지산 등산로 초입이라 마을 정경이 렌즈 안에 다 들어왔습니다. 저 멀리 섬의 큰 마을인 진말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산자락에 걸려 있습니다. 고갯길이 끝나는 허공은 바다입니다. 1년이 채 안된 진순이(진돗개 트기)가 신기한 지 카메라를 들고 나온 저에게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앞산 솔숲에서 공포에 찌든 어느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옵니다. 저는 올무에 걸린 고라니인 줄 알았습니다. 그때 앞집 형님이 산을 거슬러 올라 닭장으로 향합니다. 매입니다. 닭장 위 높은 가지위에 올라앉은 매를 ..

텃밭을 부치다 201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