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년 한 여름에 배낭을 메고 일주일동안 답사 여정에 올랐다. 그동안 나의 발길은 지리산자락주변, 전남, 전북, 충남지역을 떠 돌았다. 나는 어줍잖게도 족적을 반추하며 남도 1996년 여름, 뜬돌과 낮꿈, 천왕봉이 지켜보는 여정, 나그네는 파랑새를 보았는가라는 글을 한 기관지에 연재했다. 나의 답사 여정은 불편하지만 목적지까지 장거리는 열차를, 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 이유는 고미술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전문적 안목보다는 어설픈 감상과 그땅 사람들의 삶의 편린을 단편적으로 서술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문화유산에 내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학고재신서1으로 출간된 故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을 잡고부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