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을 지나, 겨울의 길목이라는 입동을 향하고 있습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저의 산책시간은 아침저녁 6시입니다. 아침은 푸른 대기가 점차 엷어지면서 먼동이 터오고, 저녁은 시나브로 땅거미가 대기에 삼투압처럼 스며듭니다. 다랑구지 논들은 바리깡이 머리칼을 밀 듯 콤바인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밤중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일을 합니다. 날이 차가워졌습니다. 이제 들녘은 텅 비었습니다. 모내고 두 달여동안 비만 퍼부어 농민들의 가슴을 까맣게 태우더니, 다행히 비 한 방울 줄금거리지 않은 가을볕이 꾸준해 평년작을 이루었습니다. 계절을 잊지 않은 기러기 떼가 논바닥을 덮었습니다. 녀석들은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추수가 시작될 무렵 찾아 온 진객이지만 볏대에 달린 이삭에 눈길도 주지 않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