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제 371호 강화江華 곤릉坤陵을 찾아가는 길은 나에게 링반데룽이었다. 독일어 링반데룽Ringwanderung은 둥근 원을 뜻하는 ‘Ring’과 걷는다는 뜻의 ‘Wanderung’이 합쳐진 환상방황環狀彷徨을 가리켰다. 등산 도중 짙은 안개·폭우·폭설과 같은 악천후로 인해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고, 같은 지역을 맴도는 현상이었다. 20여 년 전 강화도 답사기 『강도江都를 가다』를 지역신문에 연재하며 양도 길정리의 고려왕릉을 찾았다. 그 시절은 이정표조차 제대로 서있지 않았다. 길도 없는 산속을 아마존의 원주민이 밀림을 뚫고 나가는 것처럼 고역을 치룬 끝에 간신히 능역에 닿을 수 있었다. 그때 찾은 능이 석릉인지 곤릉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다시 곤릉으로 향하는 마을길에 들어섰다. 양도에서 불은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