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사를 오르는 길은 한폭의 산수화처럼 맑고 정갈했다. 겨우내 쌓인 눈이 산자락을 솜이불로 덮었고, 헐벗은 잡목들이 빼곡히 서서 한겨울의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계곡길을 어느만큼 오르자, 산중에 구멍가게가 자리 잡았다. 처마에 덧이은 투명 비닐포장에 떡볶이, 햄버거 등이 쓰인 꼬리표가 바람결에 휘날렸다. 다져진 눈길을 조심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난데없이 길과 마주한 창문이 열리면서 ‘표를 내라’는 중년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검게 썬팅한 창문으로 사람은 보이지 않고, 손만 내밀어졌다. “표가 없는데요, 매표소에서 그냥 가라고 해서...” “신도세요” “아닙니다” “오늘이 입춘이라, 신도로 알고 표를 안받은 것 같네요.” 그는 도둑질하다 들킨 심정으로 관람료를 건네주고 산길을 재촉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