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순소박한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는 식후 하루 세 번 산책이다. 아침․점심․저녁 날이 궂지 않으면 헌운동화를 발에 꿰찼다. 봉구산자락 옛길을 따라 출렁이다가 대빈창 들녘 들길을 따르다가 해변 솔숲을 지나 제방을 걸었다. 절벽 중간에 전망대가 서있는 바위벼랑이 반환점이다. 산책을 나서면 스물에 열아홉 발걸음이 옮겨지는 코스다. 이를테면 A코스다 나의 산책코스에서 숨겨진 B코스가 오늘의 이야기다. 섬 날씨는 바람이 세차다. 과장해서 몸이 크게 흔들리면 나는 B코스로 접어든다. 우리집 뒤울안 언덕을 시작으로 대빈창 해변 솔숲 산책코스는 빗살무늬토기 기형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뾰족한 토기 바닥의 작은 숲은 사거리다. 우측으로 꺾으면 해변으로 향하는 들길이고 직진하면 연못골 계단식 논이 나타났다. 좌측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