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95m인 덕숭산은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정혜사를 거쳐 오르는 산길은 경사가 가팔랐다. 더군다나 한여름 햇살이 살갗을 후벼파듯 내리 쏟아붓자 온몸은 땀으로 목욕을 했고, 잔등에 짊어진 배낭은 축 처졌다. 입으로 연신 더운 열기를 내뿜으며 어느덧 산정에 오르니 홍성일대가 일망무제로 펼쳐졌다. 북으로 가야산(해발 678m), 남으로 일월산(해발 394m), 동으로 용봉산(해발 369m), 서로 삼준산(해발 490m)이 덕숭산을 둘러쌓았다. 수덕사를 벗어나면서 그는 수덕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낮으막한 경사길을 내려오면 기념품가게와 음식점들이 양안에 즐비한데, 나그네의 눈길을 사로잡는 초가지붕이 보였다. 실개천을 건너면 안마당이 훤히 보이는 수덕여관이었다. 그의 발길을 유혹한 것은 다름아닌 고암 이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