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4

뒷집 새끼 고양이 - 13

노순아 ~ ~ ! 하고 부르면 녀석은 영락없이 야 ~ ~ 옹! 반응을 보입니다. 어머니는 노란 놈이 한결같이 대적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노순이는 영리합니다. 어머니는 약다고 말씀하십니다. 미닫이 현관문을 혼자 열수 없는 녀석은 어머니 방 창문 밑에서 야 ~ 옹 하고 말을 건넵니다. 문을 열어 달라는 녀석의 신호입니다. 뒷집 새끼 고양이 세 마리는 개 사료에 중독되었습니다. 사료를 포식한 녀석들이 날이 추워 집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 마루에 올라서는 발판에 깔린 수건 위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나는 녀석을 하루 재워주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하루 재워주면 노란 놈은 계속 잘라고 할 거고, 그러면 형수가 싫어할 거야.” 어머니 말씀이 옳으십니다. 영리한 노순이가 귀엽지만 녀석에 대한 사랑에 한..

뒷집 새끼 고양이 - 9

주인집인 뒷집에서 아침저녁 두 끼 요기만 채우고 낮 시간을 매일 우리집에서 소일하는 고양이들입니다. 시계방향으로 수놈 재순이, 암놈 검돌이와 노순이입니다. 재순이는 슬라브 옥상을 오르는 계단 입구에 길게 누워 낮잠을 즐깁니다. 검돌이는 석축 위 감나무 그늘아래 몸을 사렸습니다. 노순이는 빨래건조대 고정용으로 흙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에 들어앉았습니다. 재순이는 고집이 세지만 넉살이 좋습니다. 어머니가 장난으로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입니다. 사발 지팡이로 짓궂게 몸을 내리 눌러도 야 ~ ~ 옹! 귀찮다는 시늉만 할 뿐 몸을 빼지 않습니다. 재순이는 식탐이 강합니다. 어머니가 부엌 샛문을 통해 먹을 것을 내놓기 전에는 자리를 옮기지 않습니다. 녀석 때문에 날이 더워도 부엌 샛문을 닫은 ..

뒷집 새끼 고양이 - 7

봉구산을 넘어 온 햇살이 뒷울안을 비추었습니다. 이른 아침을 드신 어머니가 평상에 앉아 모닝커피를 드시며 고양이들에게 말을 걸으십니다. 녀석들은 한결같이 야 ~ ~ 옹, 야 ~ ~ 옹 말대꾸를 합니다. 재순이는 깔방석에 막 올라서고, 노순이는 무거운 몸을 웅크렸습니다. 계절 감각이 무딘 감나무는 새잎을 막 틔어냈고, 사철나무 잎은 코팅한 것처럼 윤기가 반들반들 합니다. 명자나무의 붉은 꽃잎은 바람결에 이리저리 휩쓸렸습니다.녀석들이 개명을 원치 않는 지, 아니면 녀석들이 자신의 이름에 개의치 않는 지, 그도 아니면 새로운 이름을 알아듣지 못할까 우려 때문인지, 아무튼 예전 이름을 그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성별에 맞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노순이 뿐입니다. 재순이는 수놈이고, 검돌이는 암놈이었습니다. 노순이..

뒷집 새끼 고양이 - 6

뒷집 새끼고양이 여섯 번째 글의 주인공은 검돌이입니다. 검돌이는 어른이지만 덩치는 여전히 새끼만합니다. 이제 녀석들은 한 주먹 크기의 새끼 고양이를 벗어나 쥐를 사냥하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녀석들은 한 배 형제입니다. 제가 성별 구분에 착각을 일으킨 것이 틀림없습니다. 가장 덩치가 큰 재순이를 어릴 적 뒷집 형수 말만 믿고 암놈으로 알았습니다. 녀석은 거대한 덩치에 걸맞게 수놈이었습니다. 비만 고양이로 전락한 녀석은 쥐 사냥은 뒷전이고 먹는 데에 온 정신을 쏟습니다. 오죽하면 뒷집 형이 이런 말을 다했겠습니까. “쥐는 안 잡고 쳐 먹기만 해.” 덩치 작은 암놈 노순이가 쥐 사냥의 일등 공신입니다. 녀석은 쥐를 잡으면 전리품을 주인에게 대놓고 자랑합니다. 우리 집 쥐는 우리 현관 문 앞에, 뒷집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