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6

대빈창 2017. 3. 9. 07:00

 

 

뒷집 새끼고양이 여섯 번째 글의 주인공은 검돌이입니다. 검돌이는 어른이지만 덩치는 여전히 새끼만합니다. 이제 녀석들은 한 주먹 크기의 새끼 고양이를 벗어나 쥐를 사냥하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녀석들은 한 배 형제입니다. 제가 성별 구분에 착각을 일으킨 것이 틀림없습니다. 가장 덩치가 큰 재순이를 어릴 적 뒷집 형수 말만 믿고 암놈으로 알았습니다. 녀석은 거대한 덩치에 걸맞게 수놈이었습니다. 비만 고양이로 전락한 녀석은 쥐 사냥은 뒷전이고 먹는 데에 온 정신을 쏟습니다. 오죽하면 뒷집 형이 이런 말을 다했겠습니까.

 

“쥐는 안 잡고 쳐 먹기만 해.”

 

덩치 작은 암놈 노순이가 쥐 사냥의 일등 공신입니다. 녀석은 쥐를 잡으면 전리품을 주인에게 대놓고 자랑합니다. 우리 집 쥐는 우리 현관 문 앞에, 뒷집 쥐와 산자락 닭장의 쥐는 뒷집 뒤울안에 진열합니다. 녀석은 자랑스럽게 사람들을 올려다봅니다. 겁이 많은 검돌이는 수놈으로 알고 이름을 붙였지만 덩치로 보아 암놈이기 쉽습니다. 덩치가 가장 작은 검돌이는 겁이 많아 사람 눈치를 보며 곁을 주지 않습니다.

 

“쟤네들도 서로 애기하나보다. 거기 가면 먹을 것이 있다고.”

 

부엌 샛문 앞에 재순이와 노순이를 따라 나타나기 시작한 검돌이를 보며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재순이와 노순이가 끼니때면 여지없이 나타나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를 때 검돌이는 자기집 뒤울안에서 외롭게 해바라기를 합니다. 겁이 많은 녀석에게 이웃집 마실은 무리였습니다. 부엌 샛문은 덧 처마가 딸린 뒤울안 모서리의 수돗가를 돌아 슬라브 옥상을 오르는 계단 초입에 자리 잡았습니다. 하수도 수채 구멍을 비닐포대로 덮었습니다. 쌓이는 낙엽을 막는 방책입니다. 수돗가 플라스틱 대야 끝 모서리가 살짝 보입니다. 고양이들에게 중독성 강한 먹을거리인 말린 망둥어의 대가리와 지느러미도 떨어져갈 즈음 나타난 녀석이 안쓰러웠습니다.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줄행랑을 놓는 녀석이라 먹는 것에 이골이 난 두 녀석에게 그마저 빼앗겼습니다. 다행입니다. 객선 화물칸에 실려 육지로 나갈 마른 생선 한 포대가 어쩔 수 없이 나의 손에 떨어졌습니다. 애먼 가외지출이 생겼지만 검돌이는 먹을 복이 있었습니다. 포대 안 마른 생선이 푸짐합니다. 두자는 족히 될 농어가 세 마리, 손바닥보다 큰 우럭이 두 손으로 꼽기가 부족합니다. 대가리만 큰 겨울 망둥어가 한 자루. 반찬하고 남은 찌끄러기 대가리와 지느러미, 억센 뼈는 세 녀석들의 간식거리로 보름치는 충분합니다. 재순이와 노순이를 따라 검돌이도 끼니때 부리나케 달려와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겠지요. 어느덧 녀석은 우리식구 낯을 익혀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나보면 피하던 검은 놈이. 이제 먹을 것 달라고 쳐다보며 야 ~ ~ 옹 하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