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어부지리(漁夫之利)가 눈 앞에서

대빈창 2017. 4. 20. 07:00

 

 

강안에 나와 있는 민물조개를 황새가 다가와 조갯살을 쪼아 먹으려 덤비자, 놀란 조개가 입을 오므려 황새의 부리를 물고 놓지 않았습니다. 지나던 어부가 황새와 조개를 한 번에 잡았습니다. 양쪽이 양보하지 않고 다투다가 제 3자가 이득을 챙기는 경우에 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속담입니다. 물이 많이 쓸어 배가 아래선창에 닿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 이름은 느리 입니다. 산부리가 길게 뻗어나가 늘어진 곶(串)을 느리라 부릅니다. 물이 밀면 물양장 선창에 객선을 대지만, 오늘처럼 사리 물때의 썰물 시는 산부리가 늘어진 끝 부분에 배를 댑니다. 바다가 얕아 매표소 앞에 배를 댈 수 없습니다. 아차도 출장길에 나섰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아래선창을 향해 걸었습니다.

시멘트 포장도로 아래 바다는 물이 빠져 굴돌이 모두 드러났습니다. 섬할머니들의 겨울한철 부업 일터입니다. 도로 위는 절개지로 바위 너설에 가파른 절벽이 바짝 다가섰습니다. 어디선가 물 튀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형성된 물웅덩이의 눈먼 고기일 것입니다. 때가 때이니만치 망둥이는 아니고, 우럭이나 참돔 그도 아니면 숭어 중치인 저푸리 정도 되겠지요. 호기심에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어이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굴 패각에 부리를 물린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물웅덩이에 빠져 퍼덕이고 있었습니다. 녀석이 얼마나 놀랬으면 깃털이 젖지 않게 방수역할을 하는 기름샘에서 분비한 기름이 물 위에 둥둥 떠다녔습니다. 녀석은 기진맥진한 상태였습니다. 손바닥에 녀석을 올려놓고 햇볕 좋은 벼랑아래로 이동했습니다. 손톱으로 쉽게 굴 패각은 벌어졌습니다. 가여운 녀석의 부리에 패각에 물린 자국이 뚜렷했습니다. 녀석은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한 상태였습니다. 날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앉아있었습니다.

배가 움직입니다. 1시간 30여분 일을 보고 다시 주문도로 돌아왔습니다. 녀석이 앉아있던 자리에 가보니 보이지 않았습니다. 깃털의 물기가 다 말라 녀석이 힘찬 날개 짓으로 날아 올라갔겠지요. 벼랑 위 잡목 숲과 진달래 군락 부근에서 알 수 없는 새소리가 들렸습니다. 뾰. 뾰. 뾰······. 녀석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녀석은 물총새였습니다. 녀석은 산림의 절개지 흙벼랑에 구멍을 파고 단독으로 생활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녀석의 둥지 부근에 풀어 준 꼴이 되었습니다. 물총새는 우리나라에서 여름철새이지만, 비오리처럼 월동하며 텃새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녀석이 주문도 느리에서 텃새가 되어 하늘이 부여한 온전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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