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귀토야생기(歸兎野生記) - 12

대빈창 2017. 1. 23. 04:55

 

 

 

 

 

2017년 정유년 설날 연휴가 나흘 뒤입니다. 대빈창 토끼 토진이가 네 살이 됩니다. 추운 계절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며 토진이와 눈을 맞추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엽록소가 사라진 계절. 토진이의 먹이섭취는 날이 갈수록 고달플 수밖에 없습니다.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해변 제방에 이어진 산비탈의 풀을 맘껏 포식하던 토진이는 끼니를 찾아 가파른 산비탈을 헤맸습니다. 나의 대빈창 산책도 공휴일이나 찾게 되었습니다. 끈질기게 어둠의 장막은 물러날 줄 모르고 날도 차가워졌습니다. 평일의 걷기를 건강관리실 런닝머신으로 대신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주말을 맞아 나선 대빈창 산책도 토진이가 산속깊이 들어가면 만날 수 없습니다.

토진이를 앞으로 몇 해나 더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애완토끼의 수명을 검색합니다. 토끼의 평균 수명은 6 ~ 8년 입니다. 건강한 애완용 토끼는 8 ~ 12년을 삽니다. 하지만 국내의 애완토끼 역사는 짧고, 순종보다 잡종의 수명이 더 짧습니다. 안타깝게 우리나라는 3 ~ 4년만 살아도 장수로 인정받습니다. 토진이는 벌써 장수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토끼의 수명을 단축하는 병은 암과 호흡기 질환 파스튜렐라 감염증이 무섭습니다.

저는 토진이가 10년을 무사히 살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토진이에 대한 애착이 빚은 근거 없는 낙관만은 아닙니다. 2016년 병신년 가는 겨울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AI의 창궐로 가금류 3000만 마리를 끔찍하게 폐사시켰습니다. 언론의 화살은 어이없게 조류독감 발병원인으로 철새를 지목했습니다. 철새는 인류가 한반도에 터 잡기 전부터 더운 지방과 추운 지방을 오갔습니다. 공장식 축산이 빚은 가금류의 면역력 약화가 근본원인입니다. 야생에 완전히 적응한 토진이는 토끼장에 갇혀 사는 일반 토끼에 비해 면역력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토진이의 건강을 믿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야생의 삶은 암은커녕 호흡기 질환에도 끄떡없을 것입니다. 흰 공처럼 토진이가 몸을 말고 해바라기를 합니다.토진이가 의연하게 세 번째 겨울을 간단없이 이겨내고 있습니다. 토진이가 하늘이 부여한 생을 온전히 다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p.s  "토끼 큰일났네." 주말을 맞아 햇살이 퍼지기를 기다려 오랜만에 대반창 산책에 나섰습니다. 등산화끈을 조이는 모습에 어머니가 하신 말씀입니다. 서해의 작은 섬 주문도에 20 ~ 21일 이틀내리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토진이의 아지트인 해변 제방길 끝 삼태기 지형도 하얀 눈세상으로 변했습니다. 영리한 토진이가  난관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응원을 보내며 눈길에 발자국을 내었습니다. 예상대로 토진이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구회 추억  (0) 2017.02.27
갯벌을 걸어가는 기러기  (0) 2017.02.06
뒷집 새끼 고양이 - 5  (0) 2017.01.19
진돌이는 진돗개다.  (0) 2017.01.16
누이의 죽음 - 3  (0) 2017.01.13